
31일 김 부장판사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징용배상 판결을 살펴보기`란 제목의 A4용지 26쪽 분량의 글을 통해 "대법원은 2012년 상고심에서 원칙을 무너뜨리는 해석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고들의 억울한 사정이 풀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의 기본원리가 상당 부분 흔들리게 됐다"며 "(법원은) 감당하기 힘든 실수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판결에 대해 크게 △소멸시효 △법인격 법리 △일본 판결 기판력 등 세 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두 귀향한 1945년 12월부터 소송이 제기된 2005년까지만 보더라도 약 60년, 일본과 국교가 회복된 1965년을 기준으로 봐도 4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전제한 뒤 "이는 민법 제766조에서 정하는 불법행위의 소멸시효 기간인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를 훌쩍 넘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하지만 대법원은 신의성실에 반해 권리남용이 되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법인격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들을 고용했던 구일본제철은 1950년 4월에 해산하면서 소멸됐고, 신일본제철은 피해자들을 고용했던 회사가 아닌 새롭게 태어난 법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장애를 넘기 위해 대법원은 공서양속(사회질서)이라는 규정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본 판결의 기판력과 관련해선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면 기판력이라는 게 생겨 이를 어기려면 그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대법원은 일본의 판결이 공서양속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결국 대법원은 신의성실이나 공서양속 위반 등과 같은 이례적인 원칙들로 쉽게 (피해자들의 법적 장애 요소를) 넘어버렸다"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많은 국민들 중에서 피해자들과 같은 입장이었던 사람들뿐 아니라 이미 보상을 받았던 사람들도 그 형평성을 문제 삼아 다시 법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글 말미에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한 판결문을 인용했다. 이 판결문에는 미국 법원은 전쟁포로수용소 피해자였던 미군 병사가 일본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하면서 "원고가 받아야 할 충분한 보상은 앞으로 올 평화와 교환됐다"고 판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판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을 논의하자 `법관대표회의를 탄핵해 달라`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재판도 이뤄지지 않은 사안을 유죄로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또 지난 5월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대해서도 비판한 바 있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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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1 08:59:2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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