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2시 서울 지하철2호선 신촌역 근처 한 주상복합 상가 1층 화장실에서 한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있던 여성이 문 위에 반쯤 걸쳐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발견한 것이다. 이곳은 서울시에서 매달 불법 촬영 장비를 점검하는 ‘안심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몰카범들이 안심 화장실에서 범행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와 불법촬영장비 안심 인증이 성범죄 방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A(19)양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다가 바닥에 비친 검은 그림자를 봤다. 위를 올려다보니 검은색 휴대전화의 카메라 렌즈가 본인을 향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A양이 소리를 지르는 사이 불법 촬영하던 남성은 건물 밖으로 달아났다. 이른바 ‘몰카 범죄’였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A양은 경찰에 신고했고, 현재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가해 남성을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하는 몰카 범죄는 남성이 몰래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를 직접 들고 찍은 뒤 도주하는 기법이 대부분"이라며 "안심화장실 인증만으로 횡행하는 몰카 범죄를 막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안심화장실 인증 마크에 점검 날짜를 적는 것도 문제"라며 "몰카범이 오히려 그걸 보고 최근 날짜가 적혀 있으면 (여성안심보안관들이 오늘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들어가서 불법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건물 미화반장 김모(57)씨 또한 "매달 구청에서 사람이 나와 검사를 해도 그때뿐"이라며 "안심화장실 인증표가 있어서 안심하고 사용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가해자들은 직접 몰카를 찍는 것이 촬영 기기를 몰래 설치하는 것보다 간편한 방식이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단순히 불법 기기가 탐지되지 않았다고 ‘안심화장실’ 인증표를 붙일 것이 아니라, 여자 화장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촬영 경고 문구를 붙이는 등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배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대학가에서 여성화장실에 남성이 들어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구청 직원·경찰과 함께 화장실 불시 조사를 벌이곤 있지만, 이걸로 몰카 범죄를 잡는 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재학생 김지현(25)씨는 "안심화장실 표시를 보면 경계심이 덜했던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이 인증도 믿지 말자고 친구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서강대와 홍익대 또한 각각 지난 11일과 13일 여자 화장실에 남성이 드나든다는 신고가 들어와 화장실을 임시폐쇄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불법 촬영기기 탐지에 나섰지만, 화장실에서 기기는 나오지 않았다. 서강대 재학생 임규훈(28)씨는 "보안관이 나와 기기 설치 점검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주변에서 최근 당한 몰카 피해를 보면 대개 직접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3/2019062300891.html
2019-06-23 07:04:4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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